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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청년들이 문제?.."악성 일자리 너무 많아요"

디자인인스 2014. 5. 27. 10:23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지속되면서 청년들이 편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만 찾는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일자리가 널려있는 중소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게 선배 직장인들, 또 정부의 바람이다.

하지만 근로자의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악성 일자리'가 아직 우리 사회에는 너무 많다. 나약한(?) 청년들만 탓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국 곳곳의 건설현장에서 비정규직의 설움과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들만 봐도 그렇다.

"오전 6시 출근은 기본이죠. 출근 후 체조하고 아침밥을 먹고 나면 협력업체 소장들과의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돼요."

국내 A종합건설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25)씨는 지난해 11월 프로젝트 계약직(현장채용)으로 입사했다. 그가 맡고 있는 일은 건설현장에서의 관리 업무. 협력업체 소장들에게 작업지시를 내리고, 문제가 발생한 부분을 해결해 주는 총괄 업무다.

출근은 오전 6시. 현장 인부들보다 먼저 나와 있어야 한다. 퇴근시간은 오후 6시로 정해져 있지만, 현장여건에 따라 변수가 많다. 최근 들어 심각한 고민거리가 생겼다. 바로 다음 현장으로 이동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회사에서 전문직처럼 관리를 해주는 건 있는데, 아무래도 이번 프로젝트가 끝난 후 다음 프로젝트로 옮겨갈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고민이에요. 인사 쪽에서 발령을 내 도와주면 참 좋겠는데…."

건설업 종사자들에 따르면 건설업체에서의 현장채용은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프로젝트 계약직 형태이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될 확률은 거의 없다. 또한 시공사는 주로 현장채용인데 이마저도 경력직을 뽑는 곳이 대다수라고 한다.

B종합건축사무소에 재직하고 있는 오모(26)씨는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후 이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경기도에 살던 오씨는 현재 지방현장으로 거주지를 옮긴 상태다.

"프로젝트 이동은 기대하지도 않아요. 지인들만 봐도 뼈 빠지게 일하다가 다 계약이 만료됐어요. 전 그냥 현장경력 쌓아서 다른 업체 정규직으로 이직할 생각이에요."

국내 5대 건설사의 프로젝트 계약직으로 입사, 이달 강남 현장으로 출근을 앞둔 신모(25)씨의 사정 또한 별반 다를 게 없다. 취업에 성공했다는 기쁨도 잠시, 휴일 없이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 막막하기만 하다.

"사실 전 운이 좋은 케이스였어요. 교수님 추천으로 취업이 된 거였으니까요. 취업이 돼서 좋긴 한데, 거의 한 두 달은 휴일이 없다고 하네요. 그냥 버텨봐야죠 뭐."

건설현장의 열악한 근무 조건에 대해 건설업체들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항변이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적으로 고착화 된 상황에서 정규직을 늘릴 수는 없다는 것.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는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후속공사가 바로 이어질 지 알 수 없어 프로젝트 계약직을 뽑는 것"이라며 "공사가 있을 때마다 정규직을 채용한다면 고정비용이 늘어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프로젝트 계약직이 불안정한 고용형태이긴 하나, 현장에서의 경험은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