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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1만원씩"..주민세 인상 국회 통과 '빨간불'(종합)

디자인인스 2014. 8. 13. 13:51

정부가 본격적으로 지방세 증세에 시동을 걸었다. 현재 국민 한 사람당 내는 주민세는 평균 4620원.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1만원을 넘어가게 된다. 1만원이 채 안되는 인상폭이지만 전 국민에 대한 대대적인 증세라는 점에서 상징성은 크다.

 

12일 안전행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안전행정부는 개인에게 일정액을 부과하는 균등분 주민세를 1만원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지방세법을 개정, 1만원 이상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달 중 지방세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해 10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지방분권화 추세에 발맞춰 지방재정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혁하고 만성적인 지방 세수 부족을 해결할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여야 모두 공감한다.

이미 정치권은 올 초부터 지방정부의 재정확충을 위해 지방세의 부분적 증세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관광세를 신설하고 레저세 과세 품목을 늘리는 내용으로,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담배 과세항목에 소방안전세를 신설하는 내용으로 '지방세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바 있다.

이들 법안은 지방세 과세를 늘리되 사용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 조세저항을 최소화하는 데 방점이 맞춰져 있다. 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으로선 전면적인 주민세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더구나 주민세 인상의 세수 증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그 실효성도 의문스럽다는 반응이다. 주민세가 평균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전체 주민세 규모는 지난해 950여억원에서 2040억원으로 약 1100억원 정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에서는 주민세 인상에 반대 입장을 뚜렷이 하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인 김민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가 법 개정안을 마련하면 법안소위에서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세금을 올린다는 것 자체에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기 의원은 "세원을 발굴하고 세수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은 필요하지만 원래 있던 세금을 두 배 올려서 세수를 늘린다는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부가 편한만큼 국민은 불편해진다"고 비판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주민세가 소득이나 재산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세금이라는 점을 들어 "증세부담을 중산층과 서민에게 집중하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여당 내에서도 주민세 인상 반대 기류가 감지된다. 증세보다는 전체 조세수입 중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보다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안행위 법안소위 위원인 한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8대 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 4 수준까지 조정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며 "주민세 인상이 지방재정 확충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며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 역시 "지방재정 확충문제는 단편적으로 주민세를 올려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근본적으로 지방분권의 추진속도, 국비와 지방세의 비율, 국고보조시스템 문제점, 각종 예산누수와 예산사업 효과성 점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단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지방재정문제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단독으로 세제개편안을 입법예고해 논란을 일으키는 것보단 국회 지방자치발전특별위원회와 사전에 협의하면서 전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동시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주민세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민세 인상과 별도로 지방정부의 재정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커질 전망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방분권화가 이뤄질 수록 지방정부 스스로 필요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도록 있어야 하고 주민들이 이에 따른 최소한의 부담을 지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탄력적인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는 개헌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꼬박꼬박 내는 주민세, 대체 어디 쓰이나 봤더니···

 

안전행정부가 전국 평균 4620원이 부과된던 주민세를 최저 1만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민증세'라는 비판과 '지방세수 확보'라는 당위가 부딪히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이 매년 꼬박꼬박 내고 있는 이 주민세가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주민세는 지방세법에 따라 특별시, 광역시, 시·군·구에 사는 세대주가 1년에 한번 내는 세금이다. 현행 지방세법에선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세를 1만원 미만에서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재정 여건에 따라 서로 다른 주민세를 부과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주민세의 사용처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목적세가 아닌 보통세이기 때문이다. 주류세나 유류세 같은 목적세는 특정 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게 제한했다. 반면 보통세는 일단 여러 명목의 세금을 한 항아리에 모두 넣어 섞은 뒤 바가지로 쓸 만큼만 퍼가는 방식으로 쓰인다. 주민세는 취득세, 재산세, 자동차세 등과 함께 지방세 가운데 보통세에 해당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통세인 주민세는 사용하는 곳이 특정돼 있진 않고 지자체가 재정을 투입하는 모든 곳에 조금씩 포함된다"고 말했다.

보통세인 탓에 주민세가 쓰이는 곳은 다양하다. 주민세 사용처는 공무원 급여 지급, 보도블럭 교체, 도로 건설, 환경 미화, 장애인 시설 확충, 복지 재원 마련까지 주민 삶과 밀접하게 닿아있다.

그러나 사용처가 특정돼 있지 않다보니 지자체의 주민세 사용 현황에 대한 감시도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선심성 행정 등 낭비성 지출이 적지 않다는 것. 이에 따라 주민세 증세에 앞서 지자체의 투명한 예산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금바로쓰기 납세자운동 박찬우 본부장은 "주민세 인상은 한동안 올리지 않았던 부분을 현실화하겠다는 것인데 호화 청사, 과도한 지역 축제, 치적쌓기용 사업 등으로 어려워진 지방재정 부담을 시민에게 전가하는 꼴"이라며 "우선 지자체가 투명하게 예산을 공개하고, 주민세 증세에 대해 국민에게 납득할만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각 지자체는 16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를 주민세 납부기간으로 정했다. 기한 내에 세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3%의 가산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빈사 직전' 지방 재정…자체수입으론 월급도 못 줘

인천시가 다음달 열릴 아시안게임을 위해 신설한 경기장은 17개다. 총 1조7224억원이 투입됐는데, 국비를 제외하고 시비만 1조2523억원(73%)이 들었다. 전액 지방채로 조달했다. 인천시는 2010년 이후 매년 이자로만 수백억원을 썼다. 내년부터는 원리금까지 상환해야 한다.

12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51.1%에서 올해 44.8%로 추락했다. 1991년 지자체 시행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월금, 전입금 등 실질수입 아닌 재원을 올해부터 세외수입에서 제외하는 세입과목 개편 탓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개편 전 기준을 적용해도 50.3%에 불과하다. 교부세 등이 포함된 재정자주도 역시 지난해 76%에서 올해 69.2%로 떨어졌다.

 

지자체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최대 원인으로는 '방만 운영'이 꼽힌다. 경기장 신설 외에도 전남도의 포뮬러1(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각종 지역 대회, 축제, 호화청사 건립으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일각에선 국조보조율이 떨어지면서 지방 재정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행부 관계자는 "자체 수입으로 인건비를 해결 못하는 지자체의 수는 올해 78개로, 지난해 38개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타당성 없는 지자체 공공사업이 재정악화의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무주 2000원 vs 보은 1만원…동네마다 주민세 천차만별 왜?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같은 지역에서는 똑같이 부과되는 균등분 주민세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의해 결정된다. 법적으로는 1만원 이하로만 부과하라는 기준만 정해져 있다.

12일 안전행정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전국 평균 주민세는 4620원이다. 정부가 정한 최대 마지노선인 1만원에 반도 되지 않는 액수지만, 이는 말 그대로 평균이다. 국민들은 사는 지역에 따라 최소 2000원에서 정부가 정한 최대치인 1만원까지 제각각 균등분 주민세를 납부하고 있다.

가장 높은 규모의 주민세를 납부하는 지역은 충북에 몰려있다. 보은과 음성이 1만원을 내고 있으며 경남 거창도 법정 최대치의 주민세 부과 대상 지역이다.

반대로 전국 최저인 2000원의 주민세 납부 지역은 전북에 많다. 김제와 남원, 익산, 군산, 무주가 2000원을 내고 있으며 강원 삼척 읍면 지역도 가장 낮은 주민세를 내고 있다.

지자체가 주민세를 1년에 한 번 지역민들에게 부과한다는 점에서 큰 액수는 아닐 수 있지만, 수치상으로 볼 때 전국 최고치가 최저치의 무려 5배에 이르는 셈이다.

지자체들은 각 지역의 특성과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각각 균등분 주민세 금액을 책정한다.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경기도의 경우 평균 주민세는 4700원이지만, 각 시·군별로는 최고 3000원에서 최대 8000원까지 다양하다.

과천시는 3000원, 평택시는 8000원을 균등분 주민세로 걷고 있다. 또 수원·성남·고양 등은 4000원, 화성·파주·포천 등은 5000원, 의정부·이천 등은 6000원, 군포시는 3500원의 균등분 주민세를 낸다.

한편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등의 특별시·광역시들은 4500∼4800원으로 비슷한 수준의 균등분 주민세를 부과한다.

"건물주만 주민세"···'현대판 인두세', 선진국에선 소멸

 

주민세 중에서도 균등분 주민세는 각 개인마다 똑같은 금액을 내는 '인두세' 성격의 세금이다.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일정액을 부과하는 균등분 주민세와 사업소 면적에 비례해 부과하는 재산분 주민세 등 크게 2가지로 과세하고 있다. 소득세에 10%를 주민세 형태로 과세하던 소득할 주민세는 2010년 지방소득세로 전환됐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균등할 주민세에 해당하는 세금으로 시정촌민세 3000엔과 도부현민세 1000엔을 각각 부과해 총 4000엔을 과세하고 있다. 여기에 소득세에 10%를 주민세로 부과하고 이자·배당·주식양도 소득세 등에도 5%씩 과세하고 있다. 급여소득자는 6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의 급여에서 매월 징수하고 그 외에는 해당 관할 시구청에 연 4회에 나눠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일본처럼 재산이나 소득 등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과세하는 형태의 주민세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미국은 연방소득세와 별도로 개인소득세를 대부분의 주에서 부과한다. 원칙적으로 거주자에 대해서는 전 소득에, 비거주자에 대해서는 주 내 원천소득에 한해 과세한다. 세율은 2.8%(펜실베니아주)에서 11%(몬태나주)까지 다양하다.

코네티컷, 뉴햄프셔, 테네시주는 개인에 대해서는 금융소득(이자소득, 배당소득, 양도소득)에만 과세하고 있다. 알래스카, 클로리다, 네바다, 사우스다코타, 텍사스, 워싱턴, 와이오밍주 등에선 개인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한편 프랑스는 과세대상이 되는 건물을 소유 또는 임대, 무상 등 어떠한 형태든 처분권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만 주민세를 부과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할 경우에는 입주자들이 나눠서 납부한다.

미성년자로서 부모 등으로부터 물질적인 보조를 받고 있더라도 독자적인 처분권을 가지고 있는 과세대상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주민세 납세의무자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