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면·고성능 노트북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노트북은 작고 가벼운 휴대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최근 고사양 게임 출시와 가상현실(VR) 기기 등장으로 화면이 크고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게이밍 노트북(Gaming laptops)’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 박람회 ‘CES 2017’에서도 삼성전자, 레노버, 델(Dell), HP 등이 게이밍 노트북을 잇따라 공개했다.
◆ 글로벌 PC제조사, 게이밍 노트북에 ‘올인’…1000만원짜리 노트북도 등장
삼성전자는 올해 CES에서 공개한 첫 게이밍 노트북 ‘오딧세이’의 판매를 시작한다고 12일 밝혔다. 오딧세이는 15.6인치 광시야각 풀HD 디스플레이와 인텔 7세대 코어 i7 프로세서를 탑재해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게이밍 노트북답게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엔비디아의 최신 지포스 GTX1050을 탑재했다. 오딧세이의 무게는 3.79kg으로 삼성전자 13인치 ‘노트북9’(850g)에 비해 4.5배나 무겁다. 가격은 사양에 따라 180만~200만원이다.
올해 CES에서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인 레노버도 게이밍 노트북 브랜드 ‘리전(Legion)’를 공개했다. 레노버는 리전 브랜드의 첫 제품으로 리전 Y720과 Y520 제품을 선보였다. 두 모델은 인텔 7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최신 GPU를 탑재해 고해상도와 높은 프레임의 고사양 게임을 실행할 수 있다. 또한 16GB DDR4 메모리를 기반으로 게임을 실행하면서 음악을 재생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특히 레노버 리전 Y720은 초고화질(UHD)과 IPS 눈부심 방지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게임의 몰입감을 높였다. 빠른 속도를 지원하는 PC 포트인 썬더볼트3(Thunderbolt3)을 탑재해 빠른 입출력 속도를 자랑하고 VR 지원으로 VR 헤드셋을 HDMI에 연결할 수 있다.
미국 PC제조사 델은 CES에서 17인치 게이밍 노트북인 ‘에일리언웨어(Alienware)’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토비 아이 트래킹(Tobii eye-tracking)’ 기술을 탑재해 사용자의 눈 움직임과 응시하는 패턴을 추적해 게임플레이에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마우스 대신 시선을 이동해 시야를 변경하고 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타깃팅을 할 수 있으며, 빠르고 정확한 컨트롤이 가능하다. 또한 게임뿐만 아니라 메뉴, 아이템 및 스킬 선택도 시선으로 가능하다. 이 제품은 CES 2017에서 ‘게이밍(Gaming)’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대만 PC 제조사 에이서는 무려 9000만 달러(약 1076만원)짜리 게이밍 노트북 ‘프레데터 21X’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전 세계 최초로 화면이 휘어진 커브드 노트북 형태로 7세대 인텔 코어 i7-7820HK 프로세서와 2개의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80 그래픽 카드를 탑재했다. 또 5개의 쿨링 팬과 4개의 스피커, 2개의 우퍼, 돌비 오디오 등을 장착했다. 이외에도 윈도 10을 기반으로 한 음성인식 기능 ‘코타나’와 ‘윈도 헬로’ 기능을 탑재했고 21인치 곡면 IPS 디스플레이와 64기가바이트(GB) DDR4 램, 512GB SSD 등의 사양을 갖췄다.
에이수스는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행사를 갖고 국내 시장에 강력한 성능을 보유한 게이밍 노트북 로그(Rog)와 에프엑스(Fx)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들 제품에는 최신 인텔 7세대 CPU와 함께 4K UHD 지원 등으로 독보적인 디스플레이 환경을 자랑한다. 특히 엔비디아의 새로운 GTX 10 시리즈인 GTX 1050 GPU가 탑재됐다.
에이수스는 세계 게이밍 노트북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기업이다. 시장조사기관 GFK와 NPD에 따르면 지난해 에이수스 ROG 제품의 전 세계 게이밍 노트북 시장에서 4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또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엔비디아 고성능 그래픽카드 지포스 GTX 시리즈를 탑재한 노트북 가운데서도 29%의 점유율로 전세계 1위를 기록했다.
김홍석 서강대학교 미디어테크놀로지에듀케이션센터(MTEC) 교수는 “오버워치, GTA, 콜오브듀티, 리니지 이터널 등 글로벌 대작 게임들과 VR 기기들이 등장하면서 랜더링(그래픽처리데이터)이 늘어나면서 고사양 PC들이 주목을 끌고 있다”며 “특히 업무용과 게임을 동시에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휴대성과 고사양을 겸비한 게이밍 노트북이 인기를 끄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대작 게임(VR) 출시에 움직이는 노트북 시장…“무게도 크기도 상관없다, 오직 성능”
전문가들은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 수요의 증가와 관련해 고사양 게임 출시, CPU의 세대 변경에 따른 교체 수요, VR 기기의 등장을 꼽는다. 지난해 출시한 블리자드의 오버워치는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오버워치는 지난해 6월 주간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해, 204주 연속 점유율 1위를 기록하던 리그오브레전드의 아성을 무너트리기도 했다.
지난 2015년 4월 출시한 GTA5 PC판도 고성능 PC 수요를 이끌고 있다. GTA5는 출시 이후 높은 자유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국내 케이블 방송국에서는 GTA 패러디까지 등장했다. GTA5는 매달 업데이트를 통해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지속적인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 밖에도 1인칭총싸움게임(FPS) ‘콜 오브 듀티: 인피니트 워페어’도 지난해말 출시됐다. 올해에는 스마일게이트가 수백억 원을 들여 개발 중인 ‘로스트아크’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이터널’ 넥슨과 EA가 공동개발한 ‘니드포스피드 엣지’ 등이 서비스·테스트를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고사양의 척도인 CPU의 세대 변화도 PC·노트북의 교체 수요를 만들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9월 7세대 프로세서 ‘카비레이크(Kaby Lake)’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인텔이 PC시대를 이끌었던 틱톡(Tick-Tock) 전략을 버리고 새로운 3단계 공정 기술로 본격적으로 전환한 첫 제품이다. 그동안 인텔은 프로세서를 출시하면서 일년에 한번씩 미세공정과 아키텍처 개발을 번갈아 가며 신제품을 내놨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최적화(Optimization) 공정을 추가했고 카비레이크가 최적화 단계를 거친 제품이다.
페이스북-오큘러스의 리프트, HTC의 바이브 등 VR 헤드셋 출시도 고사양 노트북 수요를 이끌고 있다. 이들 리프트와 바이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고성능의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PC가 필요하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고사양 노트북은 기대하는 시장이다. 점차 PC 수요가 줄어들고 수익성마저 떨어지는 상황에서 고부가가치인 게이밍 노트북 제품은 매력적인 시장일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PC 시장 침체로 노트북 수요도 감소한 가운데 HP가 근소한 차이로 레노버를 제치고 1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노트북 출하량은 1억6440만대로 2014년보다 6.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트북 사양에 따른 시장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게이밍 노트북 시장의 경우 지속적인 상승세가 예상되고 있다.
민태기 충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소비 성향은 얼어붙은 가운데 나를 위해 돈을 아낌없이 사용하는 포미족이 뜨고 있다”며 “특히 게임과 같은 마니아적인 요소가 강한 제품을 즐기는 소비자들은 무게와 휴대성, 가격보다는 성능에 초점을 맞추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수요를 제조사들이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제품으로 내놓은 결과”라고 말했다.
포미(FOR ME)란 건강(For health), 싱글족(One),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의 알파벳 앞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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