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캠핑 장비병'에 등골 휘는 캠핑족

디자인인스 2014. 5. 28. 11:10

][과시형 캠핑족 늘면서 100만원대 수입텐트 불티…수천만원대 캠핑 트레일러도 팔려]

#최근 가족들과 충남 태안으로 캠핑을 떠난 직장인 한준호(40)씨는 캠핑장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텐트를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지난해 한강에서 아이들과 여가를 즐기려 샀던 10만원짜리 원터치 텐트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진 한씨는 캠핑에서 돌아오자마자 아마존과 라쿠텐 등 해외 직구사이트를 뒤지고 있다.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에서 진행 중인 캠핑박람회를 찾은 고객들이 캠핑용품을 체험해 보고 있다./사진제공=롯데백화점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족들과 야외에서 여가를 즐기는 캠핑이 대중화하면서 더 전문적인 장비를 갖추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수 백 만원대 수입 텐트가 불티나게 팔리는가 하면 아예 수 천 만원짜리 캠핑용 트레일러를 사들이는 캠핑족들도 많다. 입문자 딱지를 떼고 '마니아' 또는 '전문가'의 길로 접어드는 경우도 많지만 실용성보다는 자기 과시를 위한 소비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6~25일 서울 목동점에서 진행한 '캠핑용품 대전' 매출을 분석한 결과, 100만원 이상의 고가 상품 매출 신장이 전년 동기대비 21.2% 늘었다. 이는 거실형 텐트와 캠핑용 테이블, 간이침대, 루프탑 텐트(차량지붕 설치형) 등 휴대성과 기능성을 갖춘 고가 장비에 캠핑족들이 지갑을 열고 있어서다.

서울 무역센터점은 캠핑·아웃도어 전문 편집숍 '웍앤톡'을 열었는데, 최근 100만원 이상 고가 캠핑용품 매출이 전년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캠핑용품 박람회를 진행 중인 롯데백화점 김포공항몰은 1대에 1300만원이 넘는 캠핑용 트레일러가 최근 1주일새 4대나 팔렸다.

캠핑 마니아가 증가하면서 전문 장비 판매도 늘고 있다. AK몰에서는 최근 한 달 새 캠핑용 캐비닛 판매량이 전년대비 200% 늘었고, 캠핑 냉장고는 500% 신장했다. LED랜턴·전등과 전기릴선 판매량은 각각 90%, 133% 증가했다. 바비큐 꼬치와 스토브, 화로대, 테이블보 등 야외 바비큐 관련 아이템들도 250~355% 늘었다.

문제는 이런 캠핑장비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데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캠핑용품 시장은 일본 스노우피크와 미국 콜맨, 한국 코베아 등 3개사 시장점유율이 전체의 50%를 넘는 독과점 구조다. 최근 캠핑족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스노우피크 '리빙쉘' 텐트(4인기준)는 인터넷 최저가가 189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침낭이나 그릴, 냄비, 도마, 젓가락 등 부대용품까지 합치면 300만원이 훨씬 넘는다.

일부 캠핑족들은 캠핑장비를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해외직구에 뛰어들기도 한다. 한국에서 109만원에 팔리는 스노우피크 랜드브리즈 제품은 일본 오픈마켓 라쿠텐에서 사면 23% 저렴한 8만4000엔(84만원)에 살 수 있다. 침낭과 그릴, 냄비 등을 스노우피크 브랜드도 해외직구를 통해 최대 50% 저렴하게 살 수 있다. 한국 판매가격이 9만원대인 콜맨의 가스스토브는 아마존에서는 반값인 53달러(약 5만4000원)만 주면 된다.

고가 캠핑차량인 '카라반'을 직구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해외직구 배송대행업체인 몰테일 관계자는 "올 초 캠핑차량 직구사이트인 '카라반 테일'에서 1000만원 할인 판매한 카라반을 3300만원에 구입하려는 문의가 매달 300건이 넘었다"고 밝혔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캠핑이 고급화하면서 고가 장비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그러나 1년에 몇 번 쓸까 말까한 장비에 수 백 만원씩 지출하는 장비병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