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제3차 중동전쟁의 결과가 충격적이기는 했으나 소련은 1953년부터 이미 신예 전차의 개발을 시작한 상황이었다. 지금과 달리 수많은 무기가 경쟁적으로 개발되던 당시만 해도 약 10년 정도를 주력 전차의 전성기로 보았기에 이런 진행 상황은 당연했다. 사실 현대 무기사를 살펴보면 무기의 개발 및 배치에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대개 어떤 새로운 모델이 본격 제식화되는 시점부터 후속작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시 소련 기술진들은 M47, M48 등 서방측 주력 전차에 대해 여러 경로로 정보를 취득해 분석한 결과, T-55에 장착한 100mm 구경의 D-10 주포로는 격파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화력 강화가 당장 해결해야 할 선결 과제로 떠올랐다. 물론 방어력과 기동력도 중요하지만 막상 적 전차를 격파할 능력이 부족하면 이기기 어렵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직은 제2차 대전 당시의 트렌드가 많이 남아 있던 때라, 다양한 대전차 수단이 개발되긴 했지만 전차는 전차로 격파해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특히 서유럽과 대치하고 있는 동부 유럽의 거대한 평원을 고려한다면 소련은 대규모 기갑전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어야 했다. 예전의 기갑전은 가까운 거리에서 뒤섞여 난전을 벌이는 경우가 많았기에 기동력이나 방어력보다 일발로 상대를 격파할 수 있는 강력한 화력이 중시되었다.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자 기존의 T-55를 기반으로 성능을 개량하는 방식과 전혀 새로운 개념의 전차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동시에 연구가 진행되었다. 전자는 T-54를 제작한 UVZ이 주도한 제140계획(Object 140)이었고, 후자는 T-54를 개량하여 T-55를 만들어낸 바 있던 KMDB의 제430계획(Object 430)이었다. 1957년 프로토타입을 놓고 이루어진 평가에서 보다 혁신적인 기술을 접목하기로 한 제430계획이 낙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