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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벽화를 보기 위해 걸음을 옮긴다.

디자인인스 2016. 3. 25. 11:32

시티 투어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이 도시의 벽화를 보기 위해 걸음을 옮긴다. 멕시코의 벽화 운동은 멕시코 혁명 이후 1920년부터 70년까지 멕시코 정부가 예술가들에게 공공건물의 벽에 거대한 벽화를 그리게 하면서 시작되었다. 멕시코의 정체성을 확립해 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누구나 예술을 감상하게끔 한다는 취지였다. 그 중심에는 세 인물이 놓여있다. 너무나 잘 알려진 디에고 리베라,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 제일 먼저 찾아가는 대통령궁에는 디에고 리베라의 멕시코 역사를 그린 벽화가 계단 벽에 남아있다. 그는 아즈텍 신화 속의 신 케찰코아틀의 탄생부터 스페인 침략자들의 등장과 독립 및 멕시코 혁명 이후의 시기까지를 강하고 어두운 색채의 붓질로 그려 넣었다.





두 번째로 찾아가는 곳은 산토도밍고 광장 근처의 교육부 건물. 이곳에는 1920년대에 디에고 리베라가 그린 120개의 프레스코 패널로 이루어진 벽화가 남아있다. 벽화는 주제에 따라 노동, 산업, 농업, 축제와 전통으로 네 개의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규모가 너무 커서 둘러보는 데만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디에고 리베라 이 남자는 커다란 덩치만큼이나 체력도 좋았던 게 틀림없다. 이런 규모의 벽화를 곳곳에 그리다니. 이 도시의 벽화를 보고 있으려니 80년대에 민주화 운동을 하던 당시의 민중미술 운동이 떠오른다. 우리 역시 그림으로 계몽 운동을 하려 했었던 그 자취는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벽화 순례의 종착지는 ‘안티구오 콜레히오 데 산일데폰소’. 제수이트 수도원으로 시작해 교사 양성기관이었던 이곳 건물에 리베라와 오로스코, 시케이로스가 함께 벽화를 그렸다. 디에고는 유럽에서 막 돌아온 직후였고, 이곳에 그린 벽화 ‘창조’가 그의 첫 벽화였다. 디에고와는 또 다른 화풍의 오로스코와 시케이로스의 그림을 비교하며 둘러보는 재미가 따라온다. 사실 이곳은 벽화도 볼 만하지만 현대미술 전시로도 유명하다. 정원을 돌아 길고 긴 줄이 늘어섰기에 어떤 전시인가 들어가보니 호주 출신의 극사실주의 조각가 론 뮤익(Ron Mueck)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섬유유리, 합성수지와 실리콘으로 만든 인간의 거대한 모형은 주름과 모공, 솜털과 피부결까지 너무나 사실적이다.